전윤호, 수몰지구
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
서둘러 댐을 쌓았다
툭하면 담을 넘는 만용으로
피해주기 싫었다
막힌 난 수몰지구다
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
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
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
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
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 내리고
흘러 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 해
수문을 연다
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수차가 돌고
나는 충전된다
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
꽃 피는 너의 마당이
잠기지 않기를
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
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
서덕준, 잠수부
너는 너무도 맑아 도무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
네 머릿결 같은 수초와 살결에 숨쉬는 산호초
그리고 무지개처럼 산란하는 물보라의 빛깔들이
마치 나를 초대하듯, 내게 수문을 열듯 너울대지
좋아, 네게 기꺼이 빠져 보도록 하지
달갑게 투신해볼게
깊이조차 알 수 없는 너에게
나, 영영토록 가라앉아 보도록 하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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